PC wezine 상세

고향사랑기부제 매거진

통영, 폭우 이후 | 새벽 5시, 섬마을이 무너졌다 ②

  • 2026.08.24
  • By 콘텐츠팀
폭우가 지나간 뒤에도 통영 주민들의 일상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곤리도 섬마을 꼭대기집부터 봉평동 침수 가구까지, 복구가 계속되는 현장을 전합니다.

통영, 폭우 이후 | 새벽 5시, 섬마을이 무너졌다 ②

물은 빠졌지만, 사람들의 일상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①편에서는 산사태가 덮친 곤리도의 그날 새벽과 닷새 뒤 복구 현장을 전했다.

이번에는 피해가 남은 주민들의 집 안으로 들어가 본다. 곤리도 섬마을 꼭대기집에서 봉평동 침수 가구까지, 물이 빠진 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섬마을 꼭대기집

곤리도 선착장에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 가파른 언덕 계단을 한참 올라갔다. 집과 집 사이로 난 좁은 계단은 성인도 숨이 찰 만큼 가팔랐다.

그 길 끝, 섬마을 언덕 꼭대기에 나성악(79) 어르신 집이 있었다. 혼자 산다. 무릎도 좋지 않다. 한쪽 다리를 수술했다.

집 바로 뒤는 산이다. 17일 새벽 폭우가 쏟아지면서 그 산에서 흙과 물이 한꺼번에 밀려 내려왔다. 집 뒤 사면이 무너졌다. 토사가 마당과 집 안으로 들이닥쳤다.

나성악 어르신은 “마당에 나와 있었으면 큰 봉변을 당할 뻔 했다”라며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 나성악 어르신과 가파른 언덕길

22일 찾아갔을 때도 흔적은 그대로였다. 마당 한쪽에는 미처 걷어내지 못한 토사가 산처럼 쌓였다.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며칠째 삽을 들고 흙을 퍼냈다.

집 안도 모두 물난리였다. 침구도 젖었다. 어르신은 젖은 매트리스를 밖에 세워 말렸다.

“나 혼자 사는 집인데 이리 돼버렸소.
방 안에 물이 다 찼어요.
침대에도 물이 들어오고.”

지금은 방에서 잠을 잘 수 없어 집 안 대청마루에서 잠을 청한다. 한여름이라 그나마 가능한 일이었다. 집 뒤에서는 계속 삽질 소리가 났다.


▲ 재해 복구 작업 중인 나성악 어르신 집

사고 뒤 나성악 어르신 집에 매일 사람이 찾아왔다. 동네 주민도 오고 다른 지역에서 들어온 자원봉사자도 찾아왔다.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와 흙을 퍼내고 젖은 살림살이를 치웠다.

잠시 일을 멈춘 사람들에게 어르신이 마실 것을 건넸다.

“이 두 분이 참 욕봅니다. 고마워요.
이렇게 자기 집처럼 와서 일을 다 해주고.”

괜찮다며 몇 번을 사양해도 소용없었다. 다 같이 먹어야 한다며 컵부터 내밀었다.

무릎이 성하지 않은 79세 어르신이 사는 섬마을 꼭대기집. 집 뒤 산이 무너져 방에서 잠조차 잘 수 없게 됐는데도 어르신이 먼저 걱정한 것은 무더위에 고생하는 자원봉사자들이었다.

잠시 뒤 어르신이 마당 한쪽 작은 나무판 위에 주저앉았다. 사람들이 다시 삽을 들었다.

 

일주일째 집을 치우고 있습니다

22일 오후 봉평동의 한 주택을 찾았다. 권혁진 씨 가족이 일주일째 집을 치우고 있었다.

17일 새벽 2시 무렵부터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3~4시가 지나면서 수위가 급격하게 높아졌다. 새벽 4시 반쯤에는 집 안까지 물이 덮쳤다. 당시 집에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 있었다.


▲ 권혁진 씨

“4시 50분쯤 장모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이 집 사위입니다. 근처에 살고 있는데, 4시 50분쯤 장모님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난리가 났다고 하더라고요. 119를 불렀는데 바로 들어오질 못했어요. 도로에 물살이 너무 셌거든요. 성인 남자 허벅지 정도까지 물이 차 있었고 아스팔트 조각까지 떠내려왔어요.”

결국 구조대원이 먼저 물살을 건넜고, 권혁진 씨와 아내도 뒤를 따랐다. 그렇게 겨우 장모님 집으로 왔다. 어르신부터 2층으로 옮겼다.


▲ 재해 당시 권혁진 씨 집 모습

사람은 무사했다. 집은 엉망이 됐다.

거친 물살에 두꺼운 현관 대문이 떨어져 나갔다. 담장이 무너졌다. 바닥은 물을 먹고 들떠 올랐다. 냉장고와 가구도 망가졌다.

물이 빠진 뒤 온 가족이 달라붙었다. 인부를 불러 공사도 시작했다. 큰 콘크리트 덩어리는 망치로 부쉈다. 젖은 살림살이와 폐기물을 하나씩 밖으로 날랐다. 일주일째였다.

 


▲ 거친 물살로 떨어져 나간 현관문(위)과 부서진 살림살이(아래)

“우리 가족이 거의 다 치웠습니다.
피해 조사도 빨리 되고,
지원도 빨리 이뤄지면 좋죠.”

“우리 가족이 거의 다 치웠습니다. 피해가 이것만 해도 어마어마하니까 피해 조사도 빨리 되고, 지원도 빨리 이뤄지면 좋죠.”

봉평동은 하루 전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됐다. 거실 한쪽에 놓인 제습기가 ‘웅웅’ 소리를 내며 세차게 작동했다.

 

물은 빠졌지만

통영은 신속하게 움직였다. 21일 기준 전체 피해 592건 가운데 391건은 복구된 것으로 집계했다. 201건은 추가 복구가 필요했다.

도로와 상하수도 같은 기반 시설부터 우선 손을 댔다. 22일 아침 봉평동에서는 뜯겨 나간 아스팔트를 다시 까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피해 주택과 상가를 오갔다. 공무원과 군인, 경찰, 소방대원도 현장에 투입됐다. 21일까지 통영시가 집계한 복구 인력만 누적 3,508명이다.


▲ 8월 22일, 재해 복구 중인 봉평동 일대

강석주 시장은 복구에 힘을 보탠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통영 일부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만큼
필요한 지원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갑작스러운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시민 여러분께 시장으로서 정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힘을 모아주신 시민들과 전국 각지에서 찾아와 복구를 도와주고 계신 자원봉사자, 군인, 관계 기관 여러분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통영 일부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만큼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필요한 지원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하고, 시에서도 가용한 행정력과 자원을 최대한 투입하겠습니다.”


▲ 강석주 통영시장

행정에는 순서가 있다. 망가진 도로부터 정비해야 한다. 끊어진 상하수도와 전기를 살려야 한다. 추가 붕괴 위험도 확인해야 한다. 피해를 조사하고 기준에 따라 지원해야 한다.

그 사이 작은 집의 젖은 침대와 무너진 담장, 며칠 동안 일을 나가지 못한 사람의 생활까지 한꺼번에 원래대로 돌려놓기란 쉽지 않다.

통영시가 폭우 직후 고향사랑기부제 긴급 지정기부 모금을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집중호우 피해 주민의 긴급 구호와 복구를 위한 모금으로, 목표액은 5억 원이다. 공적 지원을 대신하는 재원이 아니라, 피해 복구 과정에서 필요한 사업을 보완하는 재원이다.

강석주 시장은 “고향사랑기부제 긴급 지정기부가 피해 주민들의 일상 회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책임 있게 활용하겠다”라고 말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소중한 기부금은
피해 주민들과 복구가 필요한 현장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살피겠습니다.”

“큰 피해를 본 통영에 관심을 두고 기부에 동참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소중한 기부금은 피해 주민들과 복구가 필요한 현장에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꼼꼼하게 살피겠습니다.”


▲ 빠르게 복구하고 있는 봉평동 일대 모습

22일 오후에도 곤리도에서는 굴삭기가 움직였다. 나성악 어르신의 젖은 침대는 아직 밖에 세워져 있었다. 봉평동 권혁진 씨 집 앞에는 물에 젖은 살림살이와 부서진 잔해가 아직 남아 있었다.

물은 빠졌다. 아스팔트도 다시 깔았다. 통영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사람들이 살아온 자리와 일상까지 돌아오는 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이어지는 통영, 폭우 이후
식당도, 역사도, 책방도 물에 잠겼다 ①
생업의 터전부터 국가유산과 문화공간까지, 폭우가 남긴 또 다른 현장을 이어서 전합니다.
좋아요
초기화 버튼

연관된 지역의 프로젝트를 확인해보세요.

댓글 공통

0 / 100
댓글 0
최근 본 답례품 최근본답례품 0

제목

팝업닫기
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