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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폭우 이후 | 새벽 5시, 섬마을이 무너졌다 ①
- 2026.08.24
- By 콘텐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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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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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폭우 이후 | 새벽 5시, 섬마을이 무너졌다 ①
산사태가 덮친 작은 섬 곤리도.
폭우가 지나간 뒤에도 복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 통영 곤리도, 마당이 통째로 주저앉은 주택(위)과 흙에 파묻힌 집(아래)
통영의 작은 섬마을이 무너졌다. 삼덕항에서 배 타고 10분쯤 들어가야 나오는 곤리도. 8월 17일 새벽 4시 50분쯤이었다.
천문섭 곤리마을 이장 전화가 울렸다. 인근 민박집 손님이었다. 옆집 상황이 심상치 않다며 연락해 온 거다. 천 이장은 곧장 민박집 주인과 현장으로 뛰었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길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마치 폭포수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 통영 곤리도 천문섭 이장
마을 위쪽 폐교 운동장 지반이 무너졌다. 토사가 50m 아래 주택가로 쓸려 내려갔다. 집 여러 채를 덮쳤다.
그중 한 주택은 토사가 덮치면서 마당이 통째로 내려앉았다. 당시 마당에 있던 60대 주민도 함께 휩쓸려 흙더미에 매몰됐다.
천 이장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주민은 머리와 오른손 정도만 흙 밖으로 나와 있었다. 천 이장과 민박집 주인은 먼저 얼굴 주변 흙을 걷어내 숨을 쉴 수 있는 공간부터 확보했다.
이어 오전 5시쯤 119에 신고했다. 곧장 해경과 소방대원들이 현장으로 출동했다. 주민들과 구조 작업을 이어갔다.
약 1시간 30분 만에 여성을 구조했다. 양쪽 다리 골절되는 등 크게 다쳤으나, 불행 중 다행으로 생명엔 지장이 없었다.
그 밖에도 곤리도 곳곳이 무너지고 휩쓸렸다. 30여 가구, 70여 명이 사는 작은 섬마을이었다.
그날 새벽, 곤리도는 순식간에 재난 현장이 됐다.
▲ 멀리서 바라본 곤리도 전경
592건, 164억 원
곤리도만의 일이 아니었다.
17일 통영엔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준의 비가 쏟아졌다. 새벽 5시부터는 한 시간 만에 강수량 97.4mm를 기록했다. 1968년 통영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강수량이었다.
비가 시작된 15일 0시부터 17일 오후 6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748.8mm이었다. 말하자면 여름 한 철(통영의 평년 여름철 강수량 728.8㎜)에 내릴 비가 사흘 동안 한꺼번에 쏟아진 셈이었다.
통영시가 8월 21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집계한 피해는 공공시설 350건, 사유시설 242건 등 총 592건이다.
단독주택 2채가 전·반파됐고 93채가 물에 잠겼다. 98가구 132명이 대피했다. 재산피해액만 약 164억 원에 달했다.
22일, 봉평동 복구 현장에서 만난 강석주 통영시장은 피해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 강석주 통영시장
도로가 거의 하천이 될 정도로 쓸려 내려갔고,
곳곳에서 산사태도 발생했고요.”
“도로포장뿐 아니라 상수도관과 가스관, 전기 시설까지 피해를 당했습니다. 생각보다 피해가 큽니다. 지금은 우선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면서 필요한 곳부터 신속하게 응급 복구하고 있습니다. 시민들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통영은 바다와 산이 맞닿아 있다. 섬도 많다. 비가 한꺼번에 쏟아지면 육지와 섬, 산지와 저지대가 동시에 위험해진다.
통영 시민들에겐 2003년 태풍 매미 기억도 있다. 당시 매미는 통영 시내 곳곳을 덮쳤다. 바닷물과 폭우가 한꺼번에 밀려들면서 도심과 항만, 시장 일대가 큰 피해를 당했다. 복구에도 긴 시간이 걸렸다.
이번 폭우의 양상과 피해 규모가 매미 때와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통영 시민들에게 매미는 자연재해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이번 폭우는 그 기억을 다시 꺼내 들게 했다.
그래서 이번 복구는 단순히 무너진 곳을 원래대로 돌려놓는 데서 끝날 수 없다.
강석주 시장은 “당장의 응급 복구와 함께, 앞으로 비슷한 재해가 닥쳐도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나하나 제대로 살펴서 복구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다시 곤리도
22일 오전 11시, 삼덕항에서 다시 배를 탔다. 곤리도로 들어갔다.
평소에는 육지와 가까운 섬이다. 재난이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사람 몇 명이 배를 타고 들어가는 것과 굴삭기, 자재, 복구 장비를 섬까지 옮기는 일은 같지 않다.
섬에 내리자, 선착장 한쪽에 흙과 폐기물을 담은 마대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골목 안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삽을 들고 흙을 퍼냈다. 손수레가 계속 오갔다. 집과 집 사이 좁은 골목을 따라 사람들이 줄지어 움직였다.
중장비도 이미 들어와 있었다. 굴삭기가 집 앞에 쌓인 토사를 퍼냈다. 선착장 주변에는 퍼낸 흙이 커다란 더미를 이루고 있었다.
▲ 8월 22일, 복구를 진행하는 곤리도 모습
이날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강석주 통영시장도 곤리도를 찾았다. 천문섭 이장과 함께 피해 주택과 폐교 주변을 둘러보며 복구 상황을 확인했다.
정부는 하루 전인 21일 통영 산양읍과 봉평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했다.
박완수 지사는 “섬이 많은 통영은 피해 파악 자체에도 시간이 더 필요한 만큼 추가 조사를 통해 다른 피해지역도 빠짐없이 확인하겠다”라고 밝혔다.
천문섭 이장이 이날 바라본 곤리도의 응급 복구율은 대략 60%였다. 숫자만 보면 절반을 훌쩍 넘었다.
하지만 집마다 사정은 달랐다.
▲ 8월 22일, 곤리도 재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박완수 도지사와 강석주 통영시장
그런데 마당 자체가 내려앉은 집은 힘듭니다.”
천문섭 이장은 “자원봉사자들이 와서 청소까지 하면 사람이 다시 살 수도 있고요. 그런데 마당 자체가 내려앉은 집은 힘듭니다. 몇 달이 걸릴지, 1년이 걸릴지 몰라요. 장시간 두고 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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